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재를 넘어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의 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이슈는 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동시에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국 CHIPS 법안, 대(對)중국 수출 규제, 그리고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중심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의 전략적 환경과 대응 방향을 심층 분석합니다.
CHIPS 법을 통한 자국 산업 육성과 기회 확대
미국은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법)을 제정하며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의 부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총 527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된 이 법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 R&D 지원, 고급 인력 양성 등을 포괄하며 반도체 기술 자립과 공급망 재건을 목표로 합니다.
CHIPS 법의 시행으로 인해 인텔,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 유인을 얻게 되었고, TSMC,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인텔은 오하이오에 2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며, 마이크론은 뉴욕에 메모리 팹 구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정부의 장기 프로젝트 중심 과제 수주에 유리해지는 점, 국방·항공·우주 등 전략 산업 내 공급망 진입 기회 확대는 미국 반도체 기업에 상당한 B2G 성장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법안의 인센티브 수혜를 받기 위한 복잡한 조건, 투자 대비 수익성 문제, 인프라 구축 지연 등 현실적인 도전 과제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對중국 규제 강화와 기술 수출 제한의 리스크
미국 정부는 2019년부터 화웨이, SMIC 등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해 단계적인 수출 규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특히 2022년 말부터는 AI용 GPU, 첨단 반도체 장비, EDA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전면 수출 제한 조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NVIDIA는 중국에 수출하던 A100, H100 GPU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해당 매출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를 대신해 H800, A800 등 맞춤형 제품을 출시했지만, 이 역시 추가 규제로 막혔습니다.
AMD, 인텔, Marvell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향 매출 감소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고부가 산업 집중, 국방·AI·우주 분야 진출 등 전략적 전환 기회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장기 전략과 기업 간 격차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기존의 ‘저비용 최적지 생산’에서 ‘지정학적 안정성과 전략적 분산’을 중시하는 구조로 전환 중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자국 내 생산기지 확대 외에도 공급망 다변화, 해외 거점 강화, 고부가 공정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 ASML 등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고, 인텔은 자체 공정 외 TSMC 위탁 생산을 병행합니다.
반도체 장비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 또한 고객 포트폴리오를 유럽·미국 중심으로 조정하며 중국 리스크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급망 전략의 차이에 따라 기업 간 실적 격차 및 미래 성장성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여부가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단기 혼란과 규제를 수반하지만, 동시에 미국 기업에게 기술 자립, 고객 다변화, 정책 지원이라는 구조적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며, 중장기적 공급망 전략을 선도하는 기업이 결국 시장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